나주 금성산서 국내 현존 최고 화약무기 '황자화통' 공개

1377년 또는 1437년 제작 추정, 보물 총통보다 최소 118년 앞서는 유물

전남광주인 뉴스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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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금성산에서 국내 현존 최고(最古)의 화약무기 '황자화통(黃字火筒)'이 발견됐다. 나주시는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의 황자화통 조사·분석 결과가 21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됐다고 밝혔다. 제작연대는 1377년 또는 1437년으로 추정된다.

황자화통은 지난 2023년 11월 나주시 경현동 금성산성 주변에서 발견됐다. 나주시의 금성산 등산로 개설을 위한 육군의 지뢰탐지 과정에서 금성산 9부 능선 암벽 단애 하부 표토 약 10㎝ 아래에서 확인됐다.

발견 이후 컴퓨터단층촬영(CT), 엑스레이(X-ray), 주사전자현미경(SEM-EDS), 금속현미경, 납동위원소 분석 등 과학적 조사가 이뤄졌다. 연구진은 과학분석 결과와 유물에 새겨진 명문, 화통의 형태, 발견 장소의 역사적 맥락 등을 종합해 유물의 성격과 제작 시기를 분석했다.

황자화통은 구리와 주석, 납으로 만든 청동 주조품이다. 길이 23.75㎝, 구경 1.66㎝, 무게 1032g의 소형 화기다. 총부리와 약통, 나무 손잡이를 끼우는 모병(冒柄)으로 구성돼 있으며 개인이 휴대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병에는 6행 27자의 명문이 음각돼 있다. '정사년 12월에 황자화통을 만들었고 무게는 1근 14량이며 제작 감독자는 녹사 안휴보, 장인은 석'이라는 내용이다. 총부리에 새겨진 '팔(八)'자까지 포함하면 확인되는 글자는 모두 28자다. 하나의 화약무기에서 제작 시기와 화기명, 무게, 감독한 사람의 관직과 이름, 제작한 장인의 이름까지 확인할 수 있는 유물은 이례적이다.

명문의 '정사(丁巳)'는 고려 우왕 3년인 1377년 또는 조선 세종 19년인 1437년일 가능성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어느 연대로 확정되더라도 현재 보물로 지정된 총통류보다 최소 118년 이상 앞선 유물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화약무기와 금속주조 기술의 역사를 새롭게 살펴볼 수 있는 자료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재 보물로 지정된 화약무기류 가운데 제작연대가 확인되는 가장 이른 유물은 1555년 제작된 천자총통이다. 황자화통이 1437년 제작으로 보더라도 천자총통보다 118년 앞선다. 1377년으로 확인될 경우 우리나라 화약무기 실물 자료의 역사를 100년 이상 앞당기는 유물이 된다.

금성산은 호남을 대표하는 나주의 진산이자 영산강 유역을 조망하는 군사적 요충지다. 후삼국시대에는 왕건과 견훤 세력이 맞섰던 지역이다. 고려 현종이 거란의 침입을 피해 머물렀고 1270년 삼별초의 나주 공격 당시 금성산성을 중심으로 항전이 펼쳐졌다.

과학분석 결과 약통은 둥근 형태이며 약통에서 총구 방향으로 폭이 넓어지는 구조로 조사됐다. 화약 폭발 과정에서 화통이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석 함량을 조절한 제작기술도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1975년 쌍자총통을 시작으로 지자총통, 세총통 등 화약무기류 14건, 세부 수량 16점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황자화통은 명확한 출토지와 이른 제작 시기, 제작 주체와 무게까지 확인할 수 있는 명문을 갖추고 있어 보물급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다만 1377년과 1437년 중 제작 시기를 하나로 확정하려면 고려 말∼조선 초에 제작된 다른 화약 무기류와 검증해야 한다. 현재 비교할 유물이 없어 제작 시기를 좁히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황자화통은 9월 23일부터 11월 22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 전시된다. 오는 12월에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에도 출품된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우리나라 화약무기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할 귀중한 유물인 황자화통이 나주의 진산인 금성산에서 발견된 것은 나주가 간직한 역사문화자원의 깊이와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뜻깊은 일"이라며 "이번 발견을 계기로 금성산과 금성산성이 지닌 군사적·역사적 가치가 더욱 널리 알려지고 황자화통이 우리나라 화약무기의 초기 역사를 밝히는 소중한 국가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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